길고 길었던 임금체불이 잘 마무리되고 이직하고나서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6개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지난 2024년도 회고에서도 이야기했지만 9월에 입사해 3개월 동안은 회사에 적응하고 수습 기간을 거치느라 정말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던 것 같다. 다행히도 임금체불이 잘 마무리되어서 마음 편히 보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힘들었던 24년도를 마무리하고 25년 한 해가 시작되었다.
새 해를 보내고 1월에 내가 속한 조직이 제주도로 워크샵을 가게 되었다. 한 해 고생 많았다는 의미와 새롭게 시작할 한 해를 잘 시작할 수 있도록 매 년 워크샵을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워크샵을 처음 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긴장도 많이 되기도 했고 술을 잘 마시지 않다보니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제주도로 떠나게 되었고 이틀 동안은 숙소에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업무를 하고 마지막 날 다같이 모여 한 해에 대한 회고도 진행하고 게임도 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래도 처음 가보는 워크샵이었지만 나름 즐기려고 노력했고 잘 즐기다 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워크샵을 시작으로 정신없이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나는 고객사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는 일을 돕기도 했고 데이터팀 내 새 프로젝트로 서버를 이관하는 프로젝트가 추가되어 내가 맡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데이터 엔지니어인데 왜 서버 개발을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래도 서버 개발을 해보긴 했으니까 개발만 하면 되겠지하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나중에는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ㅎㅎㅎ
기존의 로직들을 분석하고 쿼리 최적화를 해서 새로 서버를 이관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작업하고 했던 것 같은데 준비한 것들을 토대로 개발팀의 업무 프로세스에 맡게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런 가이드가 주어지지 않고 해야하는 것만 주어지는 상태에서 하나씩 내가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고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하나씩 물어보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소통이 필요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피로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데이터팀이 아닌 개발팀의 일을 대신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개발팀분들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정말 타지에서 일하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바쁘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나는 내 일을 해야했기 때문에 바쁜 사람들에게 구걸 아닌 요청을 해야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정말 많은 회의감과 내 직무에 대한 정체성이 많이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든 1차적으로 개발을 완료하였지만 앞서 겪은 과정으로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회사 입장에서는 해야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내가 이 업무를 왜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가 업무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되묻게 되고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보니 업무를 하는데 있어 집중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정말 솔직하게 스스로에게 왜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았는데 일정에 쫓겨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개발팀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고 그 부담이 내가 이것을 왜 해야하는가의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서울에 올라와 키다리스튜디오에 다닐 때 나는 데브옵스 직무로 입사했지만 결국 나올 때에는 데이터 엔지니어로 나오게 되었고 그 당시 퇴사한 이유는 내 직무가 확실하지 않았고 지금과 같은 고민을 했었던 것 같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업무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었는데 지금도 키다리스튜디오 때와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 때의 선택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다시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6개월 간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정리해보니 첫 두 달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데이터 엔지니어와는 거리가 먼 업무를 맡아 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상황을 보니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1년 동안 이 곳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과연 나는 데이터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한 감정들을 다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6개월을 돌아보았을 때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 1년은 채우고 싶은데 내가 버틸 수 있을까... 1년 뒤에 내가 데이터 엔지니어로 다음 커리어를 잘 이어나갈 수 있을까... 1년 동안 한 업무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걸까... 아니면... 애초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일까...
조금 더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위해서 여러 영상이나 글들을 찾아보았을 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내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업무가 맞는지 그리고 정말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지에 대해서 따져보아야 하고 한 회사에서 최소한 한 사이클(1년?)은 다녀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항상 회사를 결정할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정말 내가 원하는 회사인가 따져보고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전 회사에서 9개월 동안 임금체불이 있었기 때문에 생계유지가 시급했고 당장 갈 수 있는 회사에 가려고 했고 그렇게 지금 다니는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나와 맞는 회사인지 따져볼 겨를이 없었다. 내 상황이... 그랬으니까...
그래서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생각이 든다. 어딜 가든 왜 항상 내가 원하는 일은 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원래 다 이런 것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되묻다보면 질문의 본질은 희미해지고 결국에는 내 선택의 결과라는 답이 주어진다. 결국에는 내가 선택한 결과이고 내가 책임져야하는 것인데... 그래서... 더 힘든가보다.
이제 6개월이 지났는데... 앞으로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내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봐야겠다.